작가 최무성의 작품/그림의 반란

돌아가신 어머니,그 끝나지 않은 시집살이

타오르는 불씨 2009. 10. 4. 14:42

추석 1주일전

딸과 아들을 불러 "아빠가 추석전날,일을 3시에 끝내고 바로  삼각지에서 용미리로 성묘 간다.같이 갈래?" 

하니 둘이 가고 싶단다.

우리식구 모두데리고 갈 기회도 없이

일 핑계로 마음 한구석에 항상 어머니 뵐 면목도 없었다

한식때도 큰형님이 혼자 묘소를 찾게 만든것도...

성묘전날 이번 추석이 짧아 성묘길이 귀성전쟁길이 될거란 말에

"다음에 가자 "라고 꺼내기 무섭게 산소 찾아 뵌게 6년만인데... 이번엔 꼭 가야 된단다

전날 마트가서 어머니 좋아하셨던 진로포도주를 사지않고 요즘 나온 복분자 와인과

차례지낼만한, 간단한 전 부칠재료,과일,북어,약과,새우깡을 미리 사고

저녁에 딸이 전을 다 부치고 잔단다

 

올때 "아침에 떡집가서 송편 사가지고 오렴.바로 만든 따끈따끈한거로"손수 빗으면 더 좋지만..

굳은거 사면 맛없으니까 ...3시까지 전쟁기념관후문옆 1번게이트로 오란 메모와 돈을 놓고 출근해

점심도 거른채 일보니 금새 3시가 다됐다

출근하자마자 전은 상할까  미리 냉장고에 넣어뒀다 제시간에 챙기고...깜빡하면 두고 가니까 잊지않기 위해 가방과 차례음식 챙기고

3시를 20여분지나 도착한 애들을 데리고 불광동으로 빠져

통일로 대자리서 광탄방향으로 가려 했지만 길게 늘어선 성묘차량행렬을보고 급수정하여

봉일천지나 공릉하니랜드입구쪽에 들어서니 성묘 끝낸 차량이 꼬리를 물고 서있는데 가는건 수월하였다

차를 대고, 산소앞 계단은 입구발견이 쉽지않게 수풀로 덮힌걸 헤치며 자리 함

그동안 가족방문이 뜸한것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목요일,오기 전 큰형님이 온다고 했는데 다녀간 흔적이 없어 얘들하고 잡초 정리를 하고

할머니 산소옆에 나란히 계신 어머니산소를 애들이 "할머니는 돌아가셔도 증조할머니땜에 편하지 않아"

어려서 시집와 할머니가 고된 시집살이 한걸로 자주 딸에게 하소연 했단다

내가 전에 "어머니돌아가셔도 할머니 수발로 편치않을거야 "형들에게 말한 것을 얘들이 기억해 논거다

아들들이 힘든 시기에 돌아가셔서

할머니 곁에 묻혀드린 죄송함을 할머니께 고모들처럼 어머니 보살펴 주십사하고 부탁드리며 차례를 지냄

 

 

어머니께  준비한 차례음식을 할머니께 먼저 드디잖이ㅋ,예의는 지켜야 되겠고

난감하여 반반나누고,할머니것도 챙겨야 했는데...

차례음식을 어머니건 돗자리 바닥에 깔고, '불효자 입니다"자책하며

"증조할머니는 비석과 제단이 있는데 할머니것도 아빠가 어떻게 해봐~"란 딸의 채근

"그래! 아빠 단독이라도 비석과 제단을 해 놓을란다,"약속 

 ,

 

증조할머니 제단과 비석보고 할머니가 못내 불쌍해 보였나보다

잘나가셨던 작은할아버지네와 비교가 되었나 

가난이 대물림되는...것에 대한 비애감이 이때도...

못난 아들들 둔 불쌍한 우리 어머니 

 

 

성묘마치고 집에 가는 도중 아차차~ 제사때 전이 빠진게 기억이 난다 

용산 갤러리에 짐 챙길때 빠트렸나? 호들갑떨다 차 뒷켠에서 전 포장한 가방 발견!

"그래 밤새 네가 정성껏 전 부친거 할머니가 다 알고계시고 맛있게 잘 드셨을거야 "라고 딸에게 위로하며

차안에서 먹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동안 슬럼프에(IMF이후) 빠져 실의에 차 있을때 

할머니산소옆에 어머니 모신게 어머니의 "죽어서도 시집살이냐!"원망의 소리가 구천을  맴돌며 

나를 괴롭힐때 이장까지도 고려한... 

몇년을 힘들게 버텨온 지금

할머니와 어머니를 화목하게 해 드리는게 애들한테도 좋을것같아 두분한테 간곡히 반목하지 마시고

의좋고 사랑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로 지내세요~ 후손을 위해...기도합니다

차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나를 보고 딸이 나에게 하는말 "잘왔지?"

"그래 잘왔다 ,자주오자"